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 연재 날짜 : 2018년 8월 3일 ~ 2019년 1월 26일 / 감동, 학원물, 드라마, 스릴러, 26화 完
병의 맛 줄거리 - 장르 하일권 |
하일권 작가를 아시나요? 네이버 초창기 웹툰을 이끄신 작가분 중 한 분으로, 웹툰 작가에서는 역사에 남으실 분인 것 같네요. 하일권 작가는 참신한 소재의 개그액션, 특유의 작화와 연출력은 작품의 몰입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병의 맛은 학교에서 친한 친구 하나 없고 공황장애가 있는 주인공 변이준이 겪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변이준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흰색과 검은색의 정체 불명의 무언가가 보입니다. 흰색의 사람 형태를 한 것은 변이준을 용사님이라고 부르며 도움을 주거나 위로의 말을 해주며 마왕을 해치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검은색의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모래 혹은 철가루 같은 느낌의 분명한 감촉과 무게감이 있는 것은 변이준이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검은 것은 주인공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억지로 학교 생활을 하던 변이준은 비슷한 처지의 이순이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학교 과제를 같이 하면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순이도 친구가 없어 둘은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변이준은 이순이에게 자신에게만 보이는 검은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상상할 수 있는 정체,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정체 |
변이준을 공격하고, 변이준만이 다룰 수 있는 그 검은 것은 무엇이며, 변이준을 용사님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흰색 사람들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심리적인 병에 의해, 상상 속, 중2병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짐작을 해볼 수 있죠. 그런 짐작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화자이면서 주인공인 변이준은 스스로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것들은 실존하는 것인가? 내 상상속에서 만든 것들이 아닐까' 그러나,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죠. 그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검은 것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철가루 같기도 한, 모래 같기도 한, 만져지는 듯한 촉감을 표현하고 묘사하죠. 결국엔 화자인 변이준을 통해 독자를 설득시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주인공인거야. 용사인 거야. 이 흰색 작은 것들을 검은색 마왕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숙명이 있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만 보이는 거야.'같은 심리처럼 말이죠.
여기서 또 한 번 뒤집습니다. 이순이가 '그거 너만 보이는 거 아니냐?' 라는 뉘앙스를 주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가정을 하게 되고, 어느 시점에 그 보이지 않은 검은 것을 이순이가 때어내 주는 연출은 정말 무섭고 놀라운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학이나 작품에도 기법이 있다면, 하일권 작가는 작품을 보는 독자를 다루는 능력이 평범한 작가분들보다 뛰어난 것 같습니다. 마치 독자를 어린아이 놀아주듯 주무르면서요.
분명 저는 생각했습니다. '~겠지.' 그리고 결국엔 그 생각이 어느정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기 전에는 그 생각을 할 필요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미 외부의 독자인 제가 작품 속 화자인 변이준이 되어 작품 속을 여행하고 있었으니까요.
훌륭한 작품은 재미있지만, 교훈도 있다. |
병의 맛은 정말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다루는 주제 자체는 다르지만, 무의식 중에 확인할 수 있는 교내 무관심으로 병들어가는 일부 학생의 문제, 가정폭력이나 따돌림에 대한 문제, 훌륭한 작품은 그런 요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식을 떠나 소설을 읽더라도, 수준높은 책들을 읽다 보면, 교양이 쌓이고, 지혜가 밝아지고, 수준이 높아지게 되는 것과 유사한 원리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나아가게 해주는 장치들 |
등장인물 중에 아인이라는 중요 인물이 나옵니다. 특이하게도 친구가 없는 변이준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조언가가 되어주고, 도움을 주고, 독자에게 독백을 들려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조언을 해준다는 점과 이순이와의 연결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거죠. 이런 아인의 역할과 과정을 봤을 때, 변이준은 보잘것없고 머리 나쁜 외톨이 우울증 중2병 환자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실 변 이준이라는 사람도 때로는 굉장히 머리가 좋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작품속 등장인물도 그렇지만, 사실 현실에서 의자 신의 모습은, 그리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집까지 가는 너무 가파르고 높은 오르막길.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 더 큰 어려움과 힘든 일이 몰려오면,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서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작품 밖의 현실로 왔을 때, 이 모든 웹툰 속 내용이 단순한 이야기일 뿐일까요? 어쩌면 비정상적인 변이준의 능력과 세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순수한 모습의 심리를 그려놓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물리쳐야할 마왕은 누구이며, 도와주는 존재는 누구이며,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네이버 추천 완결 웹툰 - 병의 맛 - 하일권 - Review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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