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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만화

인생존망, 4가지 사건을 막아라 외모지상주의를 뛰어넘은 추천 웹툰(박태준, 전선욱 작가)

by 희품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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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연재 날짜 : 2014.4.13 ~ 2015. 9. 6(74화 完)
장르 : 에피소드, 액션, (빙의, 현대 판타지)
글 : 박태준

그림 : 전선욱
추천 여부 : ★★★★★(결말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전개, 캐릭터, 작화, 연출력, 주제 의식 모두 뛰어났던 웹툰)

조회수 1위 기록, 외모지상주의를 넘었는데, 제목은 인생존망?

특이한 제목이다. 인생존망. 비속어로 가기 직전(사실 이 정도면 비속어) 인생을 제대로 망하게 한 사건을 줄인 말이다.

 

박태준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이 있다. 학원이나 일상에 극한으로 단련된 일반인, 전쟁 영웅, 판타지 요소로 강화된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서로 연관을 주면서 싸우고, 드라마를 쓰는 액션 웹툰이다.

 

인생존망은 박태준 유니버스의 대표 격인 외모지상주의의 2번째 작품으로, 같은 세계관, 유사한 시간대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다행히 스토리에 연관성은 없어서 박태준 유니버스는 같이 보면 더 재미있는 매력 요소가 있을 뿐이지, 감상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일진 미화라는 논란도 있었고, 그 내용 덕에 평가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생존망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장이 되는 웹툰으로, 완결 시점에는 연재 중인 외모지상주의의 조회수를 넘어 1위를 기록하며, 그 작품성을(어쨌든 대중들이 찾는) 인정받게 된다.

인생존망 4가지 사건을 막아라

학교폭력에 시달려 말도 더듬게 되었고, 자존감도 바닥인 김진우는 삼수생의 모습으로 나온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을 다녀 학창 시절 괴롭혔던 일진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쓴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망친 일진 장안철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장안철과 그 친구들의 조롱을 피해 도망치다가 추락하는데, 추락하면서 김진우는 장안철을 향해 강력한 저주를 퍼붓는다.

21살의 일진 장안철이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김진우 몸에 빙의하게 되고, 과거의 자신(장안철)에게 무차별적으로 맞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깨비불의 형상이 되어 해설자(?)가 된 김진우는 과거 김진우의 몸으로 빙의된 장안철에게 자신의 인생을 망친 4가지 사건을 막고, 인간쓰레기였던 과거의 장안철을 갱생시키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를 시전 하게 된다.

인생존망 4가지 사건은, 짜임새가 있다.(...)

우정, 사랑, 가족, 본인.

사랑의 경우 짝사랑이니, 본인에게 먼 순서대로 하나씩 강도가 세지는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며, 한 사건, 한 사건만으로도 이미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라고 볼 수 있어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나름의 작품성(?)을 찾을 수 있다.

이 4가지 사건을 장안철이 김진우의 몸으로, 장안철과 그 주변 가해자를 막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존 역사와 바뀐 역사를 독자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인생존망, 나름의 작품성

이름부터가 인생존망. 같은 작가 작품으로 봤을 때, '외모지상주의'가 더 좋아 보이고, 인생존망은 무언가 가벼워 보인다. 저주라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영화처럼 복잡한 우주 이론을 인식시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일종의 개그와 단순한 판타지 현상으로 넘어가는 초반부 진행의 이미지로는 가볍게 보면 되겠구나 싶은 전개가 이어진다. 실제로 그렇게 가볍게 볼 수 있게 진행이 된다.

실제로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개그 코드로 승화시켜서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없애주고, 그 상황을 재미있게 바꾸어버린다. 그 와 중에 친구와의 우정, 소중한 사랑, 가족,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 등 인생에 필요한 관계와 희로애락을 담아냈으며, 해피엔딩마저도 '일진 미화'라는 비판을 받기 쉬운 소재를, 반성과 사죄를 넘어 적절한 징계와 당사자가 실제로 저주를 받았다고 느낄 만큼의 고통을 받음으로써 조치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캐릭터 역시 한 번 알면 잊을 수 없는 개성들을 가지고 잘 표현하고 있다. 안경에 자물쇠를 차고 다니는 임슬기부터, 벌점을 주고 다니는 나진솔, 가해자 측 주인공이지만 운동에 올인하는 장안철, 심복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심민규, 김진우에게 빙의된 장안철의 싸움 실력을 가리기 위해 탄생한 핑크맨 등 박태준 유니버스의 다른 작품 속에서 언제든 써먹을 수 있도록(?) 확실한 개성과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친절히 별명마저 만들어준지도 모른다. 인생존망은 작품성은 무조건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편견을 깬 웹툰이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가볍게 판타지 처리하지만, 박태준 작가의 의외의 세심한 부분에서의 밸런스, 전문성 또한 갖추고 있어서 작가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볼 수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

박태준 작가는 왜 항상 어려운(논란이 일어나기 쉬운, 공격당하기 쉬운) 소재를 가져다가 쓰는지 모르겠다. 일진과 범죄를 일으킨 가해자를 중심인물로 만들어 자칫 그 사연에 중점을 두면 미화가 될 수 있는, 작가의 의도가 문제가 아니라 연출 자체에서 잘못하게 되면 쉽게 일진, 범죄 미화에 공격당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써나간다.

인생존망도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는데, 가해자였던 장안철과 심민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작품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안철은 실제로 저주받은 감정을 느낄 정도로 아픔을 느끼게 되었고, 반성하고, 사죄하였으며, 김진우와 교류하지만 김진우는 아직 용서하지 않았고, 원래의 두 다리 멀쩡한 인생으로는 돌아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은 미화도 뭣도 아닌데, 실제로 가해자가 보았을 때, '결국 잘 되는 거 아니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박태준 유니버스의 작품과 같이 일진, 청소년 범죄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일진이 무작정 깨지고 터지는 것이 아닌 이상,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미 청소년 시절을 지난 입장에서 가해자는 평생 가해자이며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어필하며 작품은 작품으로, 웹툰은 웹툰으로만 볼 것임을 강조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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