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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만화

방탈출 웹툰, 재미와 철학을 모두 담은 완성도 높은 작품(십박 작가)

by 희품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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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떨어진 이곳에서 목숨을 건 방탈출이 시작된다.

 

 

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연재 날짜 : 2019.9.10. ~ 2022.7.19. (138화 完)
장르 : 스토리, 스릴러, (추리, 미스터리)
글/그림 : 십박
추천 여부 :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완성도 있게 잘 전해진 방탈출 웹툰)

기타 : 15세 이용가

방탈출 게임 소재의 웹툰

암호와 힌트, 눈썰미와 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특정한 공간, 방을 탈출하는 게임, 방탈출 게임이 있다. 이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나온 웹툰이 '방탈출' 웹툰인데,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다. 목숨을 건 방탈출 게임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방탈출 소재는 추리와 선택지 등의 특성상 미디어보다는 게임으로 많이 나온다. 수많은 장치에 비해 주인공이 선택한 길만 보여줄 수 있다는 점, 그렇다고 주연들이 가는 길의 장치만 생각한다면, 나중에 오류가 생기기 쉽다. 자칫 잘못하면 등장인물이 고구마가 되기도 쉽다. 한 마디로 제작비 가성비가 안 나온다.

어려운 소재에 주인공 백선우의 특이한 설정을 통해 재미를 주고, 영화와 드라마보다 자유로운 연출과 분량 조절이 가능한 웹툰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한 캐미와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의 전공(물리학, 컴퓨터공학)을 살려 (물리 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먼저 설계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꼼꼼함을 보여준, 일반 웹툰보다 비교적 더 많은 작가의 숨은 노력이 보이는 웹툰이다.

백선우, 지나친 합리주의에 허당 천재미를 가진 논리정연 사이다

주인공 백선우는 특이한 성격이다.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지나친 합리주의자이며 공리주의자이다. 합리적이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가장 좋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와의 경계도 가깝다. 거기에 16진수로 표시된 제한 시간을 맨 뒤 두 자리 60진법까지 정확하기 시간을 계산하는 천재성까지 가지고 있다.

백선우는 대학교 술자리가 끝난 뒤 길거리에 쓰러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방 안에 있다. 목숨을 건 방탈출을 시작한다. (흔한 방탈출 게임의 설정)

사람은 누구나 병X 짓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전 그걸 지금 했을 뿐이에요.

주인공 백선우의 지나친 합리주의 설정 덕에, 뜬금없는 재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기 몸을 전기로 지지거나, 높은 곳에서 망설임 없이 떨어지는 등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결론을 내세워서 몸 개그를 선보이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임혜지, 뒤로 빠져서 훈수를 두지만, 일반인의 생각을 가진 감성 고구마

 

"혜지씨 혹시.. 쓰레기셨어요?"

백선우와 임혜지는 네 번째 방에서 만나게 되는데, 임혜지는 밧줄이 연결된 목걸이를 차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고, 백선우가 구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세팅이 되어있다.

방탈출의 등장인물에는 어느 이야기나 그러하듯 사연이 있다. 특히, '합리적으로 봤을 때, 죄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백선우는 유일한 친구인 김의범이 살인하길래 죽였다고 고백하며, 혜지는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감정을 이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사 살인의 이력이 있었다.

 

결론이 나면, 자신의 몸을 전기로 지지기도 해보는 결단력으로 사이다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백선우와는 정반대로, 임혜지는 논리보다는 감정에 특화되어 있다. 해부실험을 순간의 망설임 없이 수행하는 백선우와는 달리, 생선이나 병아리를 본인의 손으로 죽이지 못하는 임혜지는 독자들이 보기에 고구마와 같다.

사이다 + 고구마 = 맛있다.

고구마 캐릭터를 넣고, 재미있기는 쉽지 않다. 고구마가 나락으로 보낸, 웹툰 중에 리뷰를 썼던 신의 언어가 있었지.

방탈출의 임혜지는 설정된 고구마, 이유 있는 고구마는 썩은 고구마가 아니라 달콤한 호박 고구마일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웹툰이었다.

보통은 고구마를 먹기 위해 사이다를 곁들이지만, 방탈출 웹툰은 과한 탄산이 함유된 사이다 백선우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고구마 임혜지를 사용하였다.

맛있는 고구마를 목막힘 없이 넘기기 위해 사이다와 함께 맛있게 먹듯이, 방탈출 웹툰의 백선우와 임혜지 캐미를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물리학과 컴퓨터공학, 그리고 철학

십박 작가는 철학을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그 철학을 표현할 가장 좋은 수단으로 웹툰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작가의 전공(물리학과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살려 방탈출 웹툰을 연재했다.

 

그림 전공이 아니지만, 전작 군인 RPG에 비해 굉장히 발전한 준수한 작화로 방탈출 웹툰은 철학적 메시지를 모두 담아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프런티어(Frontier)라는 조직과 그 행보를 통해 말하고, 깨알 같은 이과형 공감 요소(아연이라는 어린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 티셔츠에는 Zn(아연)이 쓰여 있다.)와 주연 백선우와 임혜지라는 캐릭터로 재미를 주며, 방탈출이라는 소재를 전공으로 잘 살려 장르적인 특성까지 갖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춘 독특한 웹툰 방탈출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독자의 반응에 따라 진행하는 철학적 웹툰

방탈출 웹툰은 후반부로 갈수록 놀라운 진행 방법을 사용한다. 웹툰 속 목숨을 건 방탈출이 있다면, 그 방탈출 시스템을 만든 누군가가 있을 것이고, 또 목숨을 건 방탈출을 하는 주인공들은, 지켜보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어느 순간 웹툰 속에는 흑막 외에 시청자(독자)를 언급하고, 실제 댓글을 스토리에 이용하는 연출을 한다.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에서, 이미 독자들의 예상 베스트 댓글들을 예측했고, 어느 정도는 그 예측에서 벗어나도 웹툰에 써먹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해서 반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웹툰을 본 것은 아니지만, 웹툰 속에서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는 공식 천재였던 배진수 작가 정도밖에 못 봤던 것 같다.


십박 작가의 방탈출 웹툰은 작화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작 군인 RPG와 비교해봤을 때, 다른 사람이 그린 것처럼 발전하였다. 독자와 소통하고, 반영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철학적 주제를 전달해주고, 전체적인 재미와 웃음 포인트, 캐릭터의 개성, 모든 것이 만점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웹툰으로 보았고, 그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기에서 스스로 부족한 연출을 찾아내 돌아보는 자세와 독자들에게 미처 알리지 못한 사항들까지 체크하는, 소통하는 겸손함까지, 다음 웹툰을 연재하게 된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올 작가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네이버 웹툰 - 방탈출 공식 링크 

 

방탈출

갑자기 떨어진 이곳에서 목숨을 건 방탈출이 시작된다.모든 상황을 의심해라! 아니면 죽음뿐이다...

com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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