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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만화

보듬보듬 웹툰, 여의사와 남간호사의 힐링 이야기(라라시스터 작가)

by 희품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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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강초이와 간호사 한새의 왕진 이야기

 

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연재 날짜 : 2022.1.28 ~ 2022.12. 30(51화 完)
장르 : 스토리, 드라마, (치유)
글/그림 : 라라시스터
추천 여부 : 감동 힐링 드라마 강력 추천

 

주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된 리뷰입니다.

직업의 편견

보듬보듬. 네이버 완결 웹툰에 나오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웹툰이다. 이름도 뭔가 간지럽다. 1화를 봤는데, 여 의사와 남 간호사가 나온다. 신선하다. 그리고, 실화는 아니지만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세상은 아직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시대가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웹툰의 특성에 따라 판타지와 액션을 많이 찾아서 그럴까? 물론 상위권의 웹툰들은 거의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다. 하지만, 상위권에 보이지 않는다고 재미가 없을까? 위에 있지 않다고 안 좋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을, 보듬보듬 같은 좋은 웹툰을 보면서 새삼 느낀다.

 

보듬보듬 웹툰은 남자 간호사 한새와 보듬의원 원장, 여자 의사 강초이와 그 주변의 일들을 그린 이야기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일하러 간다고 하면, 남자에게는 의사냐고, 여자에게는 간호사냐고 물어보기 쉽다.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른다.

남자 간호사 한새의 이야기

남주인공 한새는 큰 병원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취업한듯하다. 하지만, 24시간 교대근무에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업무는, 남녀노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남자 간호사라는 특성으로, 교통사고로 들어온 여자 응급 환자의 상태를 보려다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질타받기 일쑤였던 한새는 직장 상사의 끝없는 갈등까지 더해져 (어딜 가나 마음에 안 드는 상사는 있다.) 무책임 야반도주(말없이 퇴사)하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다. 퇴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한새는 목욕탕에서 쓰러진 할아버지의 상태를 습관적으로 체크하게 되고, 급하게 남탕에 달려온 여의사 강초이와 만나게 된다.(불편한 첫 만남)

할아버지의 보호자로 오해받은 한새는 강초이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가게 되었고, 속옷도 안 입은 찜질복 차림이었으니 당연히 둘 다 지갑도 없어서 계속해서 곤란한 상황이 또 연출된다. 목욕탕 딸이자 한새의 절친 윤솔이 운전하다가 우연히 둘을 발견하고, 둘을 태워준다. 한새의 야반도주 사실을 알게 된 윤솔은 찜질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새를 집으로 데려가고, 한새는 급하게 엄마에게 휴가라고 둘러댄다.

 

의사 강초이가 한새 집으로 왕진을 와서 강초이와 한새가 다시 마주치게 되었는데, 당황한 한새는, 급하게 이직 얘기를 하게 된다. 당연히 개연성 있게 단칼에 몰랐던 얘기라 아니라고 말하는 강초이. 그렇게 보듬보듬 웹툰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자 의사 강초이의이야기

한새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는 강초이. 강초이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천성 의사다. 강초이가 원장으로 있는 보듬의원은 협동조합 병원이다. 마을 사람들이 조합비를 내고 직접 운영하는 병원. 마을 입장에서는 강초이 같은 왕진 나오는 의사가 감사할 것이고, 보듬의원은 항상 시장 같은 시끌벅적한 병원이다.

강초이는 의무도 아닌데, 온 마을에 왕진을 다닌다. 그래서 일손은 필요하지만, 한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무책임하게 야반도주하여 사명감도 없어 보이고, 범죄자 연예인과 닮았고, 첫 만남부터 민망한 한새와 같이 일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새는 솔직하고, 어머니와 할머니 주치의로 있는 초이 의사에게 호소하고, 불쌍한 상황에 약한 초이는 한새를 한 달간 왕진 노예로 써보기로 해본다.

자전거 타고 왕진 다니며, 험한 길로 다녀 힘들어하는, 왕진 날 외의 출장 업무 초과근무 수당을 물어보는 한새가 도망갈 것을 확신한 초이는 친구 전문경에게 한새가 그만둘 것에 두 팔을 걸었지만, 실패했다. (역시 도박은 하는 거 아니야)

도망쳐야되는데 도망치지 않는 한새를 보며, 어디서 들었는지 믿었던 관상에 대한 믿음에도 금이 가게 된 초이.

초이 입장에서는 한새가 놀라운 게 사실이지만, 사실 한새 입장에서는 나올만한 반응들이었다. '고향 내려왔는데.', '어머니, 할머니 돌봐야 되는데.', '취업해야 되는데.'

물론 그대로 일주일 내내 출근, 출장 다니면서 수당을 받지 못한다면 비용에 문제는 되겠지만, 임시로라도 하고 있을 만하다. 서울 대학병원 남자 간호사로 일했던 한새에게 업무강도만 센 것은 충분히 버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보듬 의원의 이야기

보듬의원에 남자 간호사 한새가 합류하고, 오지랖 넓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강초이와 강초이의 노예 1이 된 한새의 힘으로 본격적인 보듬 의원 이야기장이 열린다.

 

한새는 대학 병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죽음을 천천히 목격하고, 대학 병원에 비교했을 때, 해준 게 없어 보이는 한새 본인에게 감사해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아파 보면 알아요.
그저 잘 자고, 아침에 잘 눈뜨는 거.
그게 세상에서 가장 안심되고 행복한 일이란 걸.

한새는 왕진 간호사 일을 하다가 다리가 불편하여 외출을 못 하는 할머니의 소풍을 돕기로 약속했다. 휠체어를 빌리고, 병원의 차를 빌리고, 시간도 내었지만, 할머니는 소풍을 가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한새를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잘 돌봐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강초이 의사의 명대사로 일침을 날리며, 한새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한새
저기.. 앞으로 방문할 다른 집들도 다들 이런가요?
감사 인사는 받았지만.. 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강초이
아무것도 안 하다뇨, 우리가 한 건 최선을 다한 치료였어요.

한새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무력하게 돌아가시는 것만 지켜봐야 하는지..

강초이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할 거예요.
주사나 약을 처방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나 들어주러 가기도 할 거고..
식사는 제때 하실까? 냉장고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병과는 상관없는 고장 난 수도꼭지를 고치고 있을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데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에요.

8화. 예측 불가한 치료 중.

저절로 힐링이 되는 캐릭터들

보듬보듬 웹툰에는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캐릭터를 연출할 때, 보는 것만으로, 아무 내용이 없는 것으로도 힐링을 줄 수 있는 라라시스터 작가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든든하지만, 노예 1호가 된 하찮은 남자 주인공 한새의 뾰로통한 모습부터 시작해 볼까?

라라 작가님들은(라라시스터 작가는 글/그림을 큰 라라 작가와 작은 라라 작가 두 분이 나누어하시는 듯?) 어떻게 한 귀로 퉤 퉤 하며 뱉는다는 표현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무척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엑스트라 혹은 악역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어느샌가 보듬 의원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의외의 반전 복선들을 만들어 에피소드들의 개연성을 만들어 가는 모습도 보인다. 

왼쪽 - 양두자, 오른쪽 - 윤솔

주인공 한새와 강초이 말고, 세 번째 주인공을 꼽으라면 강초이의 친구 전문경이 아닐까? 캐리터가 너무 좋다. 없으면 보듬보듬의 이야기 전개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표정 변화 없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강초이 역시 반전 매력이 있는데, 본인의 비밀을 온 국민한테 말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본래의 성격 외의 귀여운 작화와 천진난만한 묘사로 웹툰을 보는 독자들에게 힐링을 전해주는 능력인 것 같다.

눈눈이이또또

억울하거나 위험한 일은 가끔 피하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 보듬의원은, 아니 강초이는 한새 친구 변호사(노예 2호)와 한새(노예 1호)를 등에 업고(?) 날아오른다. 더 이상 의사라고 볼 수는 없다. 왕진하는 의사를 넘어 살인사건, 가정폭력 등 소방 공무원과 경찰이 할 일까지 넘나든다. 오지랖계의, 선의의 또x이다.

그에게 도전하는 악역, 진짜 또x이가 있었으니, 보듬보듬의 마지막 에피소드답게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강약 조절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수영해서 사람을 구조할 능력까지 갖춘 완벽해 보이던 강초이도 혼자서는 완벽할 수가 없었다. 보듬의원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멀리서도 응원해 주고, 서로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각자의 위치에서 힘껏 극복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잘못된 균열의 확신 속에서도 강초이는 힘껏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버텨주었기에 방패막과 도움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 다 힘들 땐 서로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기우는 방향이 같으면 무너질 수 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힘껏 극복해야지.

보듬의원으로 오세요

보듬의원은 시끌벅적하고, 사람 냄새가 진동한다. 보듬의원의 의사는 누군가를 진료하거나 치료 목적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 위해 싸 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듬보듬 웹툰은 보듬 의원의 의사 강초이를 중심으로 강초이를 돕고 응원해 주는 이 투쟁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보듬보듬의 메시지처럼,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는, 강초이 같이 직업을 초월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조용한 곳에서 쓰러져가는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일선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명감이 있는 의사, 그리고 의사와는 다른 수고로움과 고충을 가지고 일하는 간호사, 알려지지 않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일하는 그 외에 의료 종사자분들. 일선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일하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보듬보듬 네이버 웹툰 링크 

 

보듬보듬

온 마을의 주치의를 자처하는 오지랖 의사 강초이와 무책임 야반도주 간호사 한새는 원팀이 되어 병원 밖 환자들을 왕진한다.그런데 왕진이란게 그냥 환자만 돌보면 되는거 아니었나? 왜 자꾸

comic.naver.com

 

더보기

보듬보듬 회차 제목

1화 : 도망쳤는데 제 자리

2화 : 거짓말에 재능이 없어요.

3화 : 노예 계약?

4화 : 목격자

5화 : 관상은 과학

6화 : 변수 가득한 과학

7화 : 소풍 가는 날

8화 : 예측불가한 치료

9화-12화 : 정애(1~4)

13화 : 정신 차려

14화 : 들어올래

15화 : 알 수 없는 마음

16화 : 돌아온 탕아

17화 : 호랑이와 쥐새끼

18화 : 비상

19화 : 지켜줄게

20화 : 불안한 그녀

21화 : 죄인처럼

22화 : 기다림

23화 : 나쁜 의사

24화 : 치료할 수 없는 환자

25화 : 풍덩

26화 : 견초이

27화 : 사람이 되지 못한 자

28화 : 보고 싶어

29화 : 불편한 동거 

30화 : 재회

31화 : 허물어진 기억

32화 : 불편한 이웃

33화 : 다 무너지기 전에

34화 : 해바라기 같았던

35화 : 훅하고 들어오는 쨉

36화 : 어린 게 좋아

37화 : 해바라기

38화 : 노예 1호와 2호

39화 : 마중

40화 : 동행

41화 : 내 곁에 있어

42화 : 오히려 좋아

43화 : 부부의 세계

44화 : 눈눈이이또또

45화 : 그분의 취향

46화 : 애정관계

47화 : 백수와 불안

48화 : 확신의 균열

49화 : 방패막

50화 : 보듬의원으로 오세요

51화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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