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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드라마

시크릿 가든 리뷰, 세월이 가도 재미있고 세련된 인생 드라마

by 희품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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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제작/제공 : SBS

방송기간 : 2010.11.13 ~ 2011.1.16(토일 드라마, 22:00 ~ 23:00)

책임 프로듀서/연출 : 오세강/신우철

극본 : 김은숙

출연 : 하지원(길라임), 현빈(김주원), 김사랑(윤슬), 윤상현(오스카), 임종수(이필립), 이종석(썬), 유인나(임아영)

태그 : #신데렐라 #세련된 #깔끔한 #명잔면 #현빈 #하지원 #윗몸일으키기 #거품 #몸이바뀌는 #인생드라마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오래전에 봤었고,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주행을 해보자.
정주행했다면, 감상평을 들어보자. 일단 재미있다. 시크릿 가든은 이 글 작성 기준, 12년이 넘은 드라마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미래에서 핸드폰을 사 올 수는 없으니, 김주원도 LG 옵티머스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시크릿 가든은 지금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현빈이 연기한 김주원이 부잣집 사람이라 그런지, 대사 하나하나가 촌스럽지 않고,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자연스럽다. (물론, 오글거릴 수는 있다.)

 

내용은 어떨까?

정원의 주인이라는 이름의 뜻을 가진 김주원은 가난을 겪어본 적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정도의 다큐 아니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백화점 사장이다. 무일푼 여자라는 뜻을 가진 길라임은 스턴트우먼으로, 월세 30만 원에서 친구와 같이 반씩 내면서 살고 있다. 도시 빈민의 성격 센 아가씨와 쉽게 말해 싹수없는 부잣집 도련님과의 연애를 그린 뻔한 드라마이다. 

우연히 김주원과 길라임은 신비가든이라는 시크릿 가든에서 받은 술을 마시게 되고, 몸이 바뀐다는 내용도 이전에 있었던 소재로, 참신하지는 않다.

 

내용만 보면, 오글거리는 뻔한 부잣집 남자가 가난한 여자를 좋아해서 반대를 무릅쓰고 많은 시련을 이겨내는 뻔한 신데렐라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크릿 가든은 내용만 보면 알 수가 없다. 지금 봐도 부잣집같이 세련된 김주원의 환경과 지금 봐도 안타까움을 공감할 수 있는 길라임의 환경의 현실성을 잘 반영하였고, 시크릿 가든에서 모티브로 표현하는 동화는 신데렐라가 아닌 슬픈 결말의 대표인 인어공주로 표현하여, 김주원과 길라임의 환경 차이를 부각한다.

가난을 모르는 부자 김주원과 가난하지만, 스턴트우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길라임, 이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오스카와 임아영 역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잘 살려준 주연들의 연기가 뻔한 내용의 드라마를 현실성 있는 작품으로 역전시켰으며,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전개 뒤에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코미디와 로맨스의 배치로 드라마의 퀄리티는 달라진다.

웃으라고 한건데...

시크릿 가든을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싶다.

 

스 포 주 의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대사 가득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현빈을 원탑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평가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시크릿 가든 드라마 속의 김주원은 특징 있는 말투로, 수많은 명대사, 유행어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부자이면서, 일반인이 거슬리지 않는 말, 공감되는 말, 시원한 말, 있는 자의 위치에서 하는 말이지만, 일반인에게 배려하는 듯한 귀족 같은 말, 거침없지만 기품 있는 말, 진짜 부자가 하는 말이나 허세 같은 친근한 명대사까지 캐릭터와 딱 맞는 깔끔한 대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부조리한 호통,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라는 질문에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제목만 봤는데.'라는 답이 나오기도 하는, 부조리함을 나타내는 호통이지만, 비리를 잡는 부조리 같은 아이러니한 명대사가 되어버렸다.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길라임씨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자신의 백화점인 로엘 백화점에서 촬영할 때, 스턴트우먼인 길라임이 말도 안 되는 요구, 와이어 없이 해야 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공중에서 멈췄어야지, 왜 멈추지 못하냐는 말, 대놓고 코미디 같은 자세를 하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떨어지는 연기를 계속 시킬 때 나타나서 하는 말이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처럼, 공개된 자리에서 불리하게 대놓고, 내 여자라고 하지 않고, 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서 배려와 멋짐(?)이 숨어 있는 것 같은 명대사이다. 그 와중에 김태희와 전도연은 12년이 지나도 늙지도 않고 인기도 그대로인 것 같다.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김주원은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너무 파악해서 문제) 그리고 길라임의 위치 역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본인이 길라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길라임 근처를 계속 찾아다니며 표현하지만, 길라임은 그런 현빈을 밀쳐낸다. 현빈은 이 답답함을 토로하며 말한다.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이건 그쪽에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이태리에서 40년간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껏...

시크릿 가든에서 명대사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이태리 장인이다. 꼭 옷이 아니라도,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고가의 명품을 설명할 때, 그쪽이 생각하는, 이태리(국적), 장인,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진 것을 설명하지만, 무시당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명장면 가득한 로맨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많은 명장면은, 여러 곳에서 패러디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다시 드러나기도 하는 등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시간이 지나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명장면이 가득한 드라마이다. 특히나 시크릿 가든의 키스 장면 연출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

 

그쪽한테 동화는 인어공주가 전부겠지만,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다 키스해서 사람으로 돌아오잖아?

'그게 최선이야? 확실해?'

 

김주원과 길라임의 몸이 처음 바뀌었을 때, 어떻게 하면 다시 몸이 원래대로 돌아올까를 고민하다가 둘은 키스하게 되고, 다시 돌아오지 않자, 변명하게 되는데....

 

'소, 솔직히 말해봐. 나랑 키스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거지?'

 

여자들은 왜그래? 꼭 남자랑 있으면 입술에 크림 묻히고, 묻은지 모른척하더라?

앗 드러! 일루와봐.

왜? 티슈가 없잖아? 그럼 옷으로 닦아?

 

김주원의 생각은, 티슈로 닦는 것은 괜찮지만, 옷으로 닦는 것은 진심으로 더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옷보다는 입술로 닦는 게 깨끗하지.

 

길라임 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작년부터?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명장면, 명대사로 꼽히는 장면이다. 김주원은 길라임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윗몸 일으키기 파트너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길라임이 잡아주게 된다. 그때 김주원이 길라임 쪽으로 올라오면서 달콤하게 내뱉은 대사.

그쪽 덕분에 감독님 마음도 알았으니, 이제부터 남자로 좋아해 볼라구.

이젠 자격 생겼지? 경고하는데 다신 딴 놈 때문에 나한테 성질내지마.

딴 놈 때문에 아프다는 말도 하지 말고, 두번 다시 딴 놈 때문에 나 찾아오지마.

 

길라임이 존경하는 사람이, 길라임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길라임이 김주원 때문에 의도치 않게 알게 되었을 때, 김주원은 이 상황을 만든 것을 당황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당당히 경쟁 상대로 맞선다. 아니, 경쟁이 안 되는 내가 훨씬 낫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한다.

다들 우리만 보고 있어

당연하지. 내가 방금 가난한 스턴트 우먼에게 키스했으니까.

혹시 주위에 우리 백화점 주식 갖고 있는 사람 있으면 빨리 팔라고 해. 그 백화점 사장이 여자한테 빠져서 일생일대의 인수합병을 망치는 중이거든.

 

김주원은 부자들이 참석하는 파티에서, 주위의 쏟아지는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길라임에게 키스한다. 가난한 차림새가 아닌, 파티 분위기에 맞도록 꾸민 길라임과 이 상황을 만들어 준 오스카의 배려, 흘러나오는 OST, 그리고 다음 날 실제로 회사 주식을 걱정하며 모니터링하는 김주원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장면이다.

명곡 가득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는 수많은 명곡 OST가 들어가 있다.

'백지영 - 그 여자', 가사를 그 여자에서 그 남자로 바꾸고, 김주원 역을 한, 현빈이 직접 부른 '현빈 - 그 남자'.

'김범수 - 나타나', 포맨의 Here I am. 등

 

지금도 말하면 알만한 곡들이 시크릿 가든 OST로 사용되었다. OST의 감정과 가사가 드라마에 정말 잘 맞는 곡들을 만들고, 쓰인 것 같다.

혹시나 시크릿 가든을 안 본 사람이 본다면, 혹은 다시 보는 사람이 있다면 음악에 귀 기울여 보라고 해보자.

이 노래가 시크릿 가든 OST 였어?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흔한 줄거리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문이라는 실제로 있는 시의 일부를 인용하였다.
(이 기도문을 실제로, 출동할 때 낭독하는(기도하는) 소방관, 특정 지역도 있다고 한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힘을 주소서.
신이시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고귀한 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게 하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길라임의 아버지는 소방관이었다. 한 청년을 구하다가 순직한다.
후반부에서 나오는 이 장면은, 한 청년의 생명을 구하는 것의 가치와 아버지 없이 남겨진 딸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나타난다.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 청년의 생명을 구하지 않고, 본인이 살았다면?'
시크릿 가든은 사실, 딸을 사랑한, 죽은 아버지가 딸을 위한 염원을 이루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드라마적 요소, 몸이 바뀌는 현상과 그 이유, 몸이 바뀌는 대상과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복선과 인과 등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해서, 단순히 우연적인 요소를 여기저기 넣은 막장 드라마와는 비교가 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시크릿 가든을 모르는 사람, 이야기만 들은 사람, 이미 본 사람, 또 보고 싶은 사람,

무술감독을 꿈꾸는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칠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백화점 사장 김주원이 그려가는 웃음 주고 눈물 주는 감동의 이야기, 시크릿 가든을 한 번 다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엔 OTT가 잘 나오니까.

 

2023 기준 다시보기(OTT) : SBS, 네이버 시리즈온, coupang play, WATCHA, wavve

 

시크릿 가든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시크릿 가든

방송종료 전회차 VOD무료!

program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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