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중 결정적인 순간에 렉이 걸리거나, 고화질 영상을 보는데 자꾸 버퍼링이 걸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보통 인터넷 회선 속도만 탓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의외로 'MTU(Maximum Transmission Unit)'라는 낯선 설정값에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네트워크 통신의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 MTU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MTU(Maximum Transmission Unit)는 우리말로 '최대 전송 단위'를 의미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치가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패킷의 최대 크기를 바이트 단위로 지정한 값이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택배를 보낼 때 우체국에서 규정한 '상자 하나의 최대 크기'와 같다. 보내려는 물건(전체 데이터)이 너무 크면, 규격에 맞는 여러 개의 상자(패킷)로 나누어 보내야 한다. 이 상자 하나의 최대 크기가 바로 MTU이다. 일반적으로 이더넷 환경의 표준 MTU 값은 1500바이트이다.
이 MTU 값이 중요한 이유는 네트워크 효율성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내 컴퓨터의 MTU 값과 중간 경로에 있는 라우터나 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장비의 MTU 값이 서로 맞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 MTU 값이 너무 클 경우: 단편화(Fragmentation) 발생 내 컴퓨터가 1500바이트 크기의 패킷을 보냈는데, 중간에 거쳐가는 라우터가 처리할 수 있는 MTU가 1400바이트라면 어떻게 될까? 라우터는 1500바이트짜리 패킷을 1400바이트 이하의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야만 한다. 이 과정을 '단편화'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하가 발생하여 전송 속도가 느려지고, 심한 경우 패킷이 유실되어 통신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 MTU 값이 너무 작을 경우: 효율성 저하 반대로 MTU 값을 너무 작게 설정하면, 큰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수의 패킷으로 나누어야 한다. 패킷에는 실제 데이터 외에도 출발지, 목적지 주소 등 추가 정보(헤더)가 포함되는데, 패킷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 헤더의 비중이 커져 전체적인 전송 효율이 떨어진다. 큰 짐을 옮기는데 굳이 아주 작은 상자 여러 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부분의 경우 운영체제나 네트워크 장비가 자동으로 최적의 MTU 값을 설정해 주지만, 간혹 수동으로 조정해야 할 때가 있다. 내 환경에 맞는 최적의 MTU 값을 찾는 간단한 방법을 알아보자.
윈도우의 명령 프롬프트(CMD)를 실행하여 ping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다.
ping [테스트할 주소] -f -l [패킷 크기]
- -f: 패킷을 단편화하지 말라는 옵션이다. (Do not Fragment)
- -l: 전송할 데이터(패킷)의 크기를 지정하는 옵션이다.
예를 들어, ping www.google.com -f -l 1472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Packet needs to be fragmented but DF set.(패킷 조각화가 필요하지만 DF가 설정되어 있습니다.)'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면 1472바이트는 너무 크다는 의미이다. 이때는 패킷 크기를 10씩 줄여가며(1462, 1452...) 해당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응답이 오는 최대 크기를 찾는다.
만약 1464에서 정상 응답이 오고 1465에서 단편화 필요 메시지가 뜬다면, 최적의 데이터 크기는 1464이다. 여기에 IP/ICMP 헤더 크기인 28바이트를 더한 1492가 내 환경의 최적 MTU 값이 된다.
앞서 설명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통은 기본 설정으로 두는 것이 최적의 MTU 값일 가능성이 높다.
MTU는 네트워크 통신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자 효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평소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이유 모를 인터넷 속도 저하나 특정 사이트 접속 문제를 겪고 있다면 한 번쯤 내 PC의 MTU 설정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보이지 않는 곳의 작은 차이가 쾌적한 네트워크 환경을 만드는 핵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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