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아무도 모르게 집 안에 침입해 가장 귀중한 것만 골라 사라지는 전문 털이범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그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때로는 몇 달, 몇 년간 당신의 공간에 머물며 모든 것을 파악한다. 사이버 세계에도 이와 똑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지능형 지속 위협) 공격이다.
이는 단순한 바이러스 유포나 일회성 해킹과는 차원이 다른, 치밀하고 집요한 사이버 공격의 최종 진화형이다.
APT는 지능형 지속 위협(Advanced Persistent Threat)의 약자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그 공격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지능형(Advanced): 공격에 사용되는 기술이 매우 정교하고 고도화되어 있다. 제로데이 취약점(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안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체 제작한 악성코드, 사회공학적 기법 등 탐지를 피하기 위한 온갖 지능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 지속성(Persistent):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격자는 목표 시스템에 침투한 후 발각되지 않고 최대한 오랫동안 잠복하며 활동을 지속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원하는 정보를 빼내거나 시스템을 장악한다.
- 위협(Threat): 명확한 목표를 가진 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공격의 주체이다. 단순한 과시나 금전적 이득을 넘어, 국가 기반 시설 파괴, 기업의 핵심 기술 탈취, 정치적 목적 달성 등 뚜렷한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위협 세력이다.
결론적으로 APT 공격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도의 해킹 기술을 이용해 오랜 기간 은밀하게 잠복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유출하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표적형 공격이라 할 수 있다.
APT 공격은 마치 한 편의 첩보 영화처럼 여러 단계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공격 단계를 살펴보자.
- 초기 침투 (Initial Compromise): 공격의 시작점이다. 공격자는 목표 조직의 구성원에게 악성코드가 첨부된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 이메일을 보내거나, 보안이 취약한 웹사이트를 통해 악성코드를 유포한다.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기관으로 위장하기 때문에 무심코 클릭하기 쉽다.
- 거점 확보 및 악성코드 설치 (Establish Foothold & Malware Installation): 일단 시스템에 발을 들여놓으면, 공격자는 백도어(Backdoor)와 같은 악성코드를 설치하여 언제든 다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즉 거점을 확보한다. 이 악성코드는 기존 보안 솔루션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진다.
- 내부 정찰 및 권한 상승 (Internal Reconnaissance & Privilege Escalation): 확보한 거점을 통해 내부 네트워크를 정찰하기 시작한다. 조직의 네트워크 구성, 서버 정보, 중요 데이터의 위치, 계정 정보 등을 파악한다. 이후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해 일반 사용자 계정에서 관리자(루트) 계정으로 권한을 상승시켜 시스템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려 시도한다.
- 측면 이동 (Lateral Movement):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공격자는 이제 내부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최초로 감염된 PC를 넘어 다른 서버나 데이터베이스, 중요 인물의 PC로 이동하며 핵심 정보에 접근한다. 이 과정 역시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어 활동을 파악하기 어렵다.
- 목표 달성 및 데이터 유출 (Mission Accomplishment & Data Exfiltration): 최종 목표였던 핵심 정보(기업 기밀, 설계 도면, 개인정보 등)를 찾아내면 이를 외부의 자신들의 서버로 빼돌린다. 데이터는 암호화되거나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전송되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사실조차 인지하기 힘들다.
- 흔적 제거 (Covering Tracks):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자신들의 침입 흔적과 활동 기록을 삭제하여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때로는 백도어를 남겨두어 언제든 다시 침투할 준비를 하기도 한다.
APT 공격의 배후에는 주로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해킹 그룹이나 거대 범죄 조직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 정치·군사적 목적: 경쟁 국가의 국방 기술, 외교 기밀 등 민감한 정보를 탈취하여 자국의 이익을 꾀한다.
- 경제적 목적: 기업의 핵심 기술, 신제품 정보, 고객 데이터 등을 훔쳐 경쟁 우위를 점하거나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
- 사회 기반 시설 파괴: 전력, 통신, 금융 등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의 제어 시스템을 마비시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이처럼 APT 공격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가진 '표적' 공격이라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APT 공격은 기존의 방어 체계를 우회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단 하나의 솔루션으로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다층적인 방어 전략, 즉 심층 방어(Defense in Depth)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 보안 인식 강화: 가장 중요한 방어선은 바로 '사람'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신 보안 위협과 스피어 피싱 이메일 대처법 등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여 보안 의식을 높여야 한다.
- 지능형 위협 탐지 솔루션 도입: 알려지지 않은 악성코드를 탐지하고 분석할 수 있는 APT 전문 방어 솔루션(샌드박스, 행위 기반 분석 등)을 도입하여 위협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분석: 네트워크 트래픽과 시스템 로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인 행위를 분석하여 침입 징후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망 분리: 업무용 네트워크와 인터넷용 네트워크를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분리하여, 외부로부터의 침입이 내부 중요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 최신 보안 업데이트 유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백신 등의 보안 패치를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여 알려진 취약점을 제거해야 한다.
APT 공격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나는 아니겠지', '우리 회사는 안전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계와 체계적인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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