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색 사과 로고가 빛나던 시절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기억하는가? 당시 우리는 지금처럼 수십 기가바이트(GB)의 파일을 다루지도 않았고, 저장 장치의 속도에 민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 기술은 컴퓨터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바로 그 중심에 Apple의 역사적인 파일 시스템, HFS(Hierarchical File System)가 있었다. 오늘은 APFS라는 최신 기술에 가려져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하지만 Apple의 혁신을 묵묵히 뒷받침했던 HFS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HFS는 'Hierarchical File System'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계층적 파일 시스템'이다. 1985년, Apple이 초창기 매킨토시를 위해 개발한 파일 시스템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HFS가 가져온 가장 큰 혁신은 바로 '계층 구조', 즉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폴더(디렉터리)'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 이전의 MFS(Macintosh File System)는 모든 파일이 하나의 평면적인 공간에 저장되는 방식이었기에 파일이 많아질수록 관리가 극도로 어려웠다. HFS는 폴더 안에 또 다른 폴더를 만드는 계층 구조를 통해 수백, 수천 개의 파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HFS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데이터 포크(Data Fork)'와 '리소스 포크(Resource Fork)'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이다.

- 데이터 포크 (Data Fork): 문서의 텍스트나 이미지의 픽셀 데이터처럼 파일의 실제 내용을 저장하는 부분이다.
- 리소스 포크 (Resource Fork): 아이콘, 메뉴, 글꼴, 사운드 등 프로그램의 실행에 필요한 각종 리소스 정보를 담는 공간이다.
이 구조 덕분에 개발자들은 코드와 리소스를 분리하여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HFS는 명확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저장 장치의 용량이 커지면서 파일을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할당 블록'의 크기 문제로 디스크 공간 낭비가 심해졌고, 파일 이름의 길이가 31자로 제한되는 등 현대적인 사용 환경에는 맞지 않는 제약들이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 Apple은 HFS의 대대적인 개선판인 HFS+(Mac OS Extended)를 선보였다. HFS+는 거의 20년 가까이 Mac의 표준 파일 시스템으로 자리를 지키며 Apple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HFS+가 가져온 주요 개선점은 무엇일까?

- 저장 공간 효율성 향상: 할당 블록의 개수를 크게 늘려 디스크 주소 지정 단위를 작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대용량 디스크에서도 공간 낭비가 크게 줄었다.
- 파일 이름 길이 확장: 파일 이름을 최대 255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유니코드(Unicode)를 지원하여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파일 이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저널링 (Journaling) 기능 도입: 파일 시스템에 변경 사항이 생기기 전, 그 내용을 '저널'이라는 별도의 공간에 기록하는 기능이다. 만약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시스템 오류로 작업이 중단되더라도, 이 저널을 통해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파일 시스템의 손상 위험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HFS+는 오랜 시간 동안 매우 안정적이고 훌륭한 파일 시스템이었지만,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HFS+는 회전하는 플래터(platter)를 가진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에 최적화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기반의 플래시 저장 장치(SSD)가 대중화되면서, HFS+의 구조는 SSD의 빠른 속도와 고유한 작동 방식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Apple은 SSD와 모바일 환경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파일 시스템, 즉 APFS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비록 지금은 APFS에게 왕좌를 물려주었지만, HFS와 HFS+는 매킨토시를 개인용 컴퓨터의 강자로 만들고, 수많은 창작자와 전문가들의 작업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기술적 유산임이 틀림없다.

#HFS #HFS+ #Apple #Macintosh #파일시스템 #IT역사 #매킨토시 #애플의역사 #APFS #클래식맥 #MacOSExtended #저널링
'IT 정보 > 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해커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ACL 설정과 원리 (0) | 2025.11.20 |
|---|---|
| APFS란? 어느 순간 내 Mac과 iPhone이 빨라진 비밀 (0) | 2025.11.19 |
| 부트킷이란? OS보다 먼저 깨어나는 악성코드 (0) | 2025.11.17 |
| CMOS란? 내 PC의 부팅 순서, CMOS가 알고 있다 (0) | 2025.11.16 |
| DSL이란? 이미 매일 전문가처럼 쓰고 있는 도메인 특화 언어? (0) | 2025.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