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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영화

<[영화]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2008,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법도 질서도 없는, 어쩌면 진정한 자유의 사회

by 희품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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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국내도서
저자 :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 / 정영목역
출판 : 해냄출판사 200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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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도 봤던 것 같은데,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
 
Write by 2011.01.08.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미스터리,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눈먼 자들의 도시
 
  일상. 일본인 남성 한 명이 자동차 운전 중 멈춰 선다. 갑자기 앞이 안 보임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한다. 선행하는 척, 시력이 안 보임을 이용해 자동차를 가지고 도망간다.
  그 후, 자동차 도난범, 일본인 남성의 증상을 진료했던 안과의사를 포함하여 차례로 눈이 멀어간다.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눈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영화이다. 영화 속 현상을 가정했을 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에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 영화는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BlINDNESS
  blindness, 영화,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의 원제. 의미는 시력 상실. 이 제목이 눈먼 자들의 도시로 번역되면서, 더 쉽게 이해되는듯하면서도, 영화의 깊은 의미를 숨기는 효과가 있기도 한다. 직역으로 "눈이 먼"의 뜻이 "눈먼 자의 도시"로 번역되면서.
 
  영화의 초점은 시력 상실이다. 어떤 질병(바이러스), 또는 의도된 실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 속 눈이 먼 사람의 증상은 우유 속을 헤엄치는듯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둠만을 인식하는(일반적으로) 일반 실명증상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친절하게도 영화의 끌에 주인공의 독백으로 눈이 머는 현상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지금은 아마 모르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현상이라고… 눈이 멀어 버린 게 아니고, 보지 않는 것이라고….
 
사람다움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에서 많은 부류의 '다른' 사람을 보여준다.
  눈이 멀게 되는 현상이 발생, 전염되는 초기, 나라에서는 눈이 먼 사람을 모아 열악한 환경의 수용소에 가둔다. 처음 일본 남성을 진료했던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았지만, 안 보이는 척, 의사를 따라 수용소로 가게 된다. 수용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고, 안 그래도 혼자 살 수 없는(살기 어려운?) 인간은 여러 집단을 이루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사람이 점차 많아질수록, 수용소는 비참할 정도로 혼란스러워진다. 이 와중에 '총'이라는 힘으로 식량을 독점하고, 금품갈취에 여성을 바치라고까지 하는 인간도 있다. 마치 새로운 역사를 보는 것 같았다. 작은 도시가 생기고, 강한 자가 통합, 갈취하여 나라로 통치하는 곳부터 출발하는 전쟁의 역사.
  앞을 볼 수 있는 신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의사의 아내는 이 상황을 역전시킬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적어도 자신이 총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단지 다른 사람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에 타협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
  타협 이후, 비참하게 희생된 사람이 있고 나서, 의사의 부인은 총을 가진 사람을 살해하게 된다.
  의사의 아내는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판단, 사람을 죽여본 적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의사의 아내가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수용소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면, 중간에 의사의 아내가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상황과는 상당히 다를것이다.
 
  자유…
  수용소 전쟁 직전, 한 여성이 불을 지른다. 그리고, 자유….
  수용소 밖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먼 사람이 모여 있는 더 큰 사회.
  
  법도, 질서도 없는, 어쩌면 진정한 자유의 사회.
 
  시력이 퇴화한 인간의 새로운 종으로서의 출발, 원시사회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도가 끊기고, 물이 필요하게 되어, 빗물에 의존하는, 그렇게 파괴하려고 했던 자연에 의지하는 사회. 인간의 눈이 멀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의 일부분이 이러하듯.
  한 성당에서 종교적 인물(신?)의 상에 눈을 가린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 신의 모습을 상상하여 만들어 냈기에, 신의 시력 역시 상실했다고 보는 인간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수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인간이 '시각'이라는 감각을 잃게 된다면, 신 역시 그러했다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애초에 오감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배제해 두는 것처럼.
 
  혼자 시력이 보이긴 했지만, 의사의 아내도 사람이므로, (일단) 도시의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 없기에 식량을 구해도, 좀비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자신의 새로운 가족을 챙기게 되는 장면, 비록 보기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 도저히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이 들어난다.
 
  '시력 상실'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끝나게 된다. 그리고 '희망'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 이야기의 책이 끝나면, 간혹 장면이 전환되어 에필로그가 나오듯, 이 장면 역시 소설의 에필로그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영화 상영시간의 제한(원작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눈먼 자의 도시(혹은 Blindness)를 정리하고, 다시 원래 도시(세계)로 돌아가는 정리과정이 아닐까?
  
  이 영화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3인칭 평범한 사람의 처지에서 눈먼 자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이를 통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End - Write by 20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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