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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만화

[네이버 웹툰]밀웜 - 쿼시, 곤충으로 풀어 가는 인생 이야기.

by 희품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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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소년, 먹이를 주다

 

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연재 날짜 : 2019.9.24 ~ 2020.7.15(44화 完)
장르 : 스토리, 드라마
글/그림 : 쿼시 
추천 여부 : ★★★★☆ - 강추(그러나 호불호)

기타 : 베스트 도전만화에서 데뷔, 수요 웹툰

스 포 주 의 ! 

순수함을 표현하다.

밀웜의 주인공 우현세. 곤충을 좋아하고 기르는 순수한 초등학생이다. 정말 순수한 초등학생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쿼시 작가는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인 그림체를 어둡게 그리고 흑백으로 설정하고, '벌레', '거미', 그리고 일부 자극적인 묘사를 통해 순수함을 표현하려고 했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순수함이란 불순물이 없이 깨끗하고 섞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순수함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이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환경에 맞추어 순수한 '악'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하는 것을 정말 잘 묘사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우현세

선/악의 계기. 반성할 줄 아는 순수함

주인공 우현세는 아버지가 경찰청장이지만, 강압적인 아버지의 태도에 올바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그런 영향이 있는지 아버지가 경찰청장임에도 학교 내에서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고, 학교 외에 자신의 관심사인 곤충과 절지동물을 친구 삼아 망상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학교, 우현세의 사회생활을 곤충 친구들에게 대입하여 힌트를 얻어 '친구'의 의미를 나눠 주는 것, 뺏는 것 등의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다른 힌트를 얻어 '강함'을 추구하게 된다. 강함으로 이루고 싶은 것도, 악의도. 특별한 선의도 없다. 그냥 환경에 의해 순수함이 물드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 같은 연출을 하면서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길에서 우연히 사마귀가 고양이를 이기는 장면을 보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주동자 삥국이를 마찬가지로 우연한 한 방(?)을 먹이면서 이기고 학교에서 주도권을 쥐게 됨과 동시에, 강한 사람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약한 사람 앞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러다가 여주인공 채선화를 통해 학교 폭력을 멈추게 되고, 다시 역으로 일진 무리의 대장격인 곽대호에 의해 왕따가 돼버리는 상황에 처함과 동시에, 채선화 역시 현세의 영향으로 피해를 받게 된다. 채선화의 괴롭힘을 목격하고, 화를 못 견디어 곤충의 모습을 흉내 내면서 곽대호와 결전을 버리고, 결과적으로 현세가 이기게 되었지만, 선화와 함께 창고에 감금당하는 굴욕을 당하면서, 현세는 곤충 세계를 떠올리며 '비폭력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현세가 선화를 만날 때는 사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 입장에서 굉장히 답답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순수하게 나쁜 물도 쉽게 들었지만, 그것이 나쁘다, 안 좋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선한 물' 역시 빠르게 들어 주인공 다운 면모를 보이게 되어 굉장히 속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주인공 채선화

독특한 연출 그리고 약육강식과 애정결핍

웹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흑백 출판 만화책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어둡고 독특한 연출에 몰입감과 감정표현이 깊이 있게 잘 표현될 수 있는 장치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출기법이 다른 작가의 작품과 유사한 시기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작가의 공식 입장과 부족함에 대한 사과(?)로 잘 정리가 되었고, 연재 당시 반복되는 지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각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표현, 사실적인 작화의 분위기의 연출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보는데, 매 화마다 분량도 많고 전개도 빠른 편이라 처음 호불호 단계를 거치고 나면, 밀웜 웹툰은 명작이다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주게 되는 것 같다.

밀웜은 순수함의 표현으로 시작하여, 가족의 애정결핍, 그리고 사회생활의 약육강식과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약육강식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흐름을 무덤덤하게, 또는 잔혹하게 포장 없이 그려내는 것이 밀웜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밀웜 웹툰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다양한 말들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괴롭힘 당하는 경찰청장의 아들. 일반적인 왕따 상황과 반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가족으로부터의 애정결핍과 선화를 통한 회복. 빠른 전개와 같이 밀웜 웹툰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게, 관계의 회복이 시원시원하고 빠르다는 점이다. 삐뚤어진 주인공이 다시 착해지기에는 복잡한 과정과 긴 여정이 필요하고, 소통이 안 되는 부모는 중간에 오해를 여러 번 거치거나 가치가 맞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밀웜 웹툰에서는 현세도 그렇고 현세 아버지도 그렇고 잘못된 점을 금방 깨닫고 반성하고 현명하게 고친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밀웜, 그리고 깔따구

마지막 4개의 에피소드는 밀웜, 그리고 깔따구이다. 일반인이 생각하고 봤을 때는 혐오스러운 깔따구에 인생을 비유하는 독특한 연출은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도, 그 연출 자체는 지워지지 않고 각인되어 있다. 먹이로 인식되었던 애벌레 밀웜, 빛을 향해 돌진하는 깔따구를 보면서 인생을 해석할 수 있는,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연출력은 인정을 해줘야 될 것 같다.

현세와 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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