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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문화 리뷰/만화

행복한 추억,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추억 이야기, 웹툰 향수(석우 작가)

by 희품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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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러나, 그에게는 잔인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향수, 그 잔인한 추억

 

연재 사이트 : 네이버 웹툰
연재 날짜 : 2008.2.21 ~ 2009. 2. x(50화 完)
장르 : 스토리, 스릴러
글/그림 : 석우
추천 : 추천(2008년 연재 웹툰임을 고려했음에도 위화감이 적은 웹툰)

주의! 스포일러가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으니 참고하세요.

네이버 초창기 웹툰

네이버 웹툰 앱에서 완결 웹툰에서 끝없는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 끝까지 내리면 '도자기', '펫다이어리', '트라우마', 그다음에 나오는 완결 웹툰이 향수입니다. 

 

2008년이면, 15년이 더 된 웹툰이네요. 드라마도 15년이 지나면, 어색하고, 위화감이 드는데, 향수 웹툰은 생각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지금의 웹툰에서는 오글거릴 수 있는 다음 화에 계속이 웹툰 시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문구 같네요.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것은, 작화와 작품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는 소리겠죠?

 

향수 웹툰으로 그 시절 현실을 향수하다.

2008년 연재 작품에서, 작품 속 어른들이 추억하는 이야기가 담긴 만큼, 2008년에서도 더 과거의 사람이 공감할만한 깨알 같은 재미요소가 가득합니다. 지금도 천재와 바보로 노는 순수한 아이들이 있나요?

 

지금은 유료 웹툰이 되어 버린 웹툰 향수. 신작과 신작 완결 웹툰들의 새로운 기술, 뛰어난 인재들의 추천 작품들이 넘쳐나기에 남는 쿠키가 없겠지만, 2008년도 웹툰임을 감안하고 꽤 볼만한 웹툰이 있었다 싶으신 분들은 과감하게 쭉 봐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단, 마지막이 너무나 열린 결말이기에, 독자가 봤을 때 정리가 안 되고 끝난 것 같이, 느껴질 수 있기에(그래서 죽은 거야, 만 거야?, 반성한 거야 만 거야? 마지막에 그건 뭐야? 등) 깔끔한 결말을 원하시면 비추천해 드려요.

어쩌다 보니 오랜만에 존댓말 리뷰로 쓰게 되었네요.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쓰게 되어서 끝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향수 웹툰을 찾아오시는 분들, 접하실 분들의 연령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평범하지만, 대표하는 캐릭터들

평범한 성인들이 나옵니다. 24.5화 특별 편에서 인물들을 좀 가져와 봤어요.

초등학교 교사인 빛나리는 동창회를 개최합니다. 과거의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고, 즐거운 추억으로만 간직하며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교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현우는 어릴 때 얼굴에 난 사마귀 때문에 사마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죠. 일단은 말주변이 없는 회사원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24.5화 특별편 중

누군가를 괴롭히고, 내가 최고라는 선두에 섰던 조정현은 지금 시대의 '일진' 혹은 '가해자인지 본인은 잘 모르는 가해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고, 홍승기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경찰'의 이미지, 조한나는 뛰어난 커리어 우먼을 꿈꾸었지만,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가정주부의 역할.

 

모두 평범하지만, 살아온 직업에 맞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정현(백수), 홍승기(경찰), 조한나(가정주부) 

캐릭터를 통해서도 웹툰 세대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일진 역할의 조정현은 오히려 성공하고, 힘과 권력도 있어야 하고, 홍승기는 극적으로 정의롭든가 부패한, 자극적인 모습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죠. 

캐릭터가 평범해서 지루할 것 같지만, 현실적이라서 몰입이 되는 웹툰입니다.

 

향수, 과거의 기억이 아닌 그리운 추억

향수 웹툰에서 다루는 것은 과거의 기억입니다. 등장인물들의 6학년 2학기, 이민성이라는 기차에 치여 죽은 동창생이 입학한 날을 기점으로, 그 마지막 학창 시절을 누군가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석우 작가는 재미있는 연출을 넣었습니다. 동창회를 개최한 빛나리, 과거를 병적으로 잘 기억하는 정현우, 이민성이라는 이름에 과하게 반응하는 조정현, 동창회를 개최했지만, 연락처를 알 수 없어서 초대장을 보내지 못했는데 동창회에 참석한 홍승기,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팬지꽃의 꽃말 '나를 기억해 줘'를 알고 있는 조한나.

 

어? 이 캐릭터가 범인인가? 공범인가? 싶으면, 변명인지 사실인지 확인 불가능한 개연성을 만들어 줍니다. 조한나는 꽃집을 했었다죠.

 

향수 웹툰은 과거의 기억을 다루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이 아닌 '마지막 반전을 보시면 이해할 수 있는 내 그리운 기억(향수)'을 다루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괴롭힘을 다루는 초기의 웹툰

학교 내 괴롭힘을 잘 다루는 최근 대표적인 작가 중에는 박태준 작가가 있죠. 석우 작가의 향수는, 가해자는 모르지만, 피해자의 아픔은 평생 남는다는 메시지를 네이버 웹툰 초기에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결말을 통해 모른 채 저지른 잘못을 방관하는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돼버릴 테니까요.

현실적인 악역, 그리고 찝찝한 현실적인 결말

동창회를 이용해 계획을 꾸린 악역은 향수 웹툰에서 드라마틱하지 않았습니다. 웹툰이니까 드라마틱한 '그것 또한 계획대로 되었을 뿐.'이라면서 극적으로 역전을 당하는 모습이 떠오를 수 있는데, 향수에서는 '그건 계획대로 되지 않았네.'가 꽤 있죠. 머리는 똑똑하고 심성은 착한데, 악역을 하려니 작품 내에서도 어설퍼지는 모양입니다. 그 또한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악역, 범인이 누구이든, 결국 피해자의 편에서 가해자에게 벌을 주고 싶었겠죠? 하지만 향수 웹툰은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고, 그 현실을 직시하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되어도, 결국엔 도움까지 받았지만, 처벌은커녕 감사해하지도 않는 한 인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인물들까지.

석우 작가는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기억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며 죄책감을 느끼게 된 한 등장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에게는 미스터리한 연출을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향수, 그 웹툰 시대의 향수

초창기 네이버 웹툰은 지금처럼 빡빡하지 않았습니다. 그 유명한 마음의 소리도 5컷 만화로 한 주 분량을 끝나는 날이 있을 정도로, 작가의 제약이 많이 없었죠. 전체 무료 서비스 플랫폼으로 시작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향수 웹툰도 한 화, 한 화 지날 때마다 그림체 자체가 변하고, 발전해 나갑니다. 특별 편을 보시면 작가가 직접 언급하기도 하지요. 지금은, 엄청난 경쟁력 때문에 이미 완성된 작화로 시작해야 연재가 가능하겠지요?

 

옛날 웹툰을 찾아보면서, 웹툰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이런 시대적 배경을 찾으면서 특징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그때, 그 시절의 웹툰을 보셨던 분들이라면요.

향수 웹툰 링크(네이버 웹툰)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25695 

 

향수

행복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러나, 그에게는 잔인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향수, 그 잔인한 추억

com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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