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 익숙한 운영체제(OS) 로고가 화면에 나타나고, 우리는 곧바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문서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 사이, 즉 전원 버튼을 누른 직후부터 윈도우나 macOS 로고가 뜨기 전까지의 짧은 순간에 컴퓨터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시스템의 모든 것을 깨우고 지휘하는 숨은 지배자가 있으니, 바로 'BIOS(바이오스)'이다.
사실 요즘은, 장비의 사양이 너무 좋아져서, 이 고요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BIOS는 'Basic Input/Output System'의 약자로,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입출력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처럼 하드디스크에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메인보드에 장착된 작은 롬(ROM) 칩 안에 저장된 '펌웨어(Firmware)'이다.
펌웨어란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마이크로 프로그램으로, BIOS는 컴퓨터에 전원이 공급되면 가장 먼저 실행되어 하드웨어를 점검하고 운영체제에 시스템 제어권을 넘겨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즉, BIO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를 잇는 최초의 다리인 셈이다.
BIOS가 없다면 우리의 컴퓨터는 전원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 고철 상자에 불과하다. BIOS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 POST (Power-On Self-Test): 전원이 켜지면 BIOS는 가장 먼저 '자체 전원 진단' 과정을 시작한다. CPU, 메모리(RAM), 그래픽카드, 키보드 등 시스템에 연결된 필수적인 하드웨어 장치들이 제대로 인식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BIOS는 비프(Beep)음을 내거나 화면에 오류 메시지를 출력하여 사용자에게 문제를 알린다.
- 부트스트랩 로더 (Bootstrap Loader): 모든 하드웨어 점검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BIOS는 다음 임무를 수행한다. 바로 운영체제를 찾는 일이다. BIOS는 설정된 부팅 순서(예: 1순위 SSD, 2순위 USB)에 따라 저장 장치를 탐색하고, 운영체제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프로그램인 '부트로더(Bootloader)'를 찾아 실행시킨다. 이 부트로더가 실행되면서 비로소 우리가 아는 윈도우나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 CMOS 설정 (CMOS Setup): BIOS는 시스템의 기본적인 하드웨어 설정을 저장하고 변경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부팅 과정에서 특정 키(주로 Del 또는 F2)를 눌러 'CMOS 설정'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 시스템의 날짜와 시간, 부팅 장치 순서, CPU 오버클러킹, 각종 주변 장치 활성화 여부 등 시스템의 세부적인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PC의 부팅을 책임져 온 BIOS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몇 가지 한계에 부딪혔다. 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 16비트 기반의 느린 처리 속도, 텍스트 기반의 불편한 인터페이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이다. UEFI는 현대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제공하여 마우스 사용이 가능하고, 더 빠른 부팅 속도와 강화된 보안 기능(예: Secure Boot)을 지원하며, 대용량 디스크 인식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했다.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컴퓨터는 사실상 UEFI 펌웨어를 탑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관습적으로 'BIOS'라고 부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BIOS는 컴퓨터가 생명을 얻어 지능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최초의 안내자이다. 비록 그 자리를 UEFI에게 넘겨주었지만, 하드웨어를 초기화하고 운영체제를 깨우는 펌웨어의 근본적인 역할과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다음에 컴퓨터를 켤 때, 잠시 동안의 검은 화면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 작은 거인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BIOS #바이오스 #UEFI #부팅 #초기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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